나는 공룡을 좋아하지 않았던 어린이였다. 움직이는 동물엔 원체 관심이 없었고, 남들이 다 예뻐하는 개와 고양이는 공포의 대상이었다. 어릴적 살던 주택의 마당엔 할머니가 심어둔 큰 대추나무가 있었고, 옥상에는 파, 고추, 방울토마토 등을 키우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. 집 안의 가장 볕이 잘 드는 거실에는 온갖 식물들이 가득했다. 나와 동생은 대추나무에 연두색 생대추가 열리면 사과와 비슷하게 새콤하고 아삭한 대추를 씹어먹었고, 옥상에는 싱싱한 방울토마토가 대기중이었으며 파에서도 삐죽삐죽 특이한 모양의 꽃이 바람이 불 때마다 씨앗을 퍼뜨렸다. 그때만 해도 유기농 채소가 이렇게 귀한 것인지 몰랐었는데. 나는 식물에 대해 관심이 있다기보단 그들의 산물이 항상 궁금해 했던 것 같다. 이건 정말 먹을 수 있는 건지, ..